2010 Virtual House Project - The Strange Pl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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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rt 댓글 0건 조회 6,531회 작성일 11-01-02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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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_잠재성의 공간

박천남(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이수진의 작업은 공간에 대한 애지적(愛智的) 관심(philosophical interest)에서 비롯한다. 지난 수년 동안 이수진은 현대 도시 공간의 물리적 지형과 심리적 표정에 주목했다. 도시 속 수많은 공적·사적공간들의 지형과 표정 변화를 다양한 형식과 일상의 재료, 질감으로 다루었다. 현대도시의 급속한 팽창과 발전이 배태한 도시 빈민 공간, 소외공간 등에 대한 관심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피할 수 없는 도시의 변화 양상과 속도를 시간성과 지속성 등을 개입시키며 특유의 화법으로 꼬집었다. 이번 (주)안국약품 갤러리AG에서의 전시 역시 현대 도시 공간의 이러저런 문제를 시간성, 지속성과 함께 공간성, 물질성, 비물질성 등을 개입시키며 풀어낸 것으로 이해된다.
이수진은 오랜 시간 낙후된 구도심 및 미개발 도시공간을 통찰하는 작업에 관심을 두어왔다. 눈에 보이는 물질로 눈에 보이는 요소와 풍경을 만들어내지만, 물리적 풍경 너머의 심리적 풍경과 나름의 심리적 도상을 생산해내고 있다. 작가 스스로 경험하고 목도한 이미지와 상념들을 풀어나가는, 마치 공기를 조각하듯 도시라는 복합적인 심리 공간에 내재하는 내재율과 규칙, 질서, 심리적 흐름 등 현상 이면의 감정 공간에 대한 적극적인 탐색을 보인다. 이러한 이수진의 풍경은 현상으로 보이는 풍경이 아닌, 풍경 내부에 존재하는 관계들에 대한 지적 관심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관조적 탐색이라 하겠다.  
이수진의 작업은 도시 속 삶의 공간으로 파고 들어가 온몸으로 만난 일종의 기록 풍경화다. 손으로, 물감으로 그려낸 풍경이 아닌 설치와 영상 작업을 통해 담아낸 은유로서의 심리풍경이다. 이번 AG갤러리 전시를 위해 이수진은 전시장이 위치한 대림동 주변, 구로동 일대를 직접 찾았다. 늘 그러했듯, 작가는 이곳을 구석구석 밟고 다녔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고 찾아다니고 소통하는 경험을 기본 원칙으로 했다. 근처의 근로자들은 물론, 이주 노동자, 다문화가정 들을 방문하는 등 꼼꼼한 기초 조사를 거쳤다. 전시장 주변 공간이 지닌 로컬리티와 복합적인 풍경을 이해하고자 노력했다. 화려한 도시 외관에 가려진 내밀한 풍경과 만났으며 지역의 거주민들, 특히 지하철 환승역을 중심으로 들고나는 사람들을 가까이 인터뷰했다. 갤러리 주변의 물리적․심리적 지형을 의제특정적(issue-specific) 관심으로 접근했다. 지역의 지형을 풀어내는 이수진의 지성적 태도가 빛난 경험이었다.   
이렇듯 이수진의 작업은 도시 공간과 구조에 대한 오랜 관찰과 경험의 결과를 적극 반영하는 등 도시 공간의 물리적․심리적 표정 변화에 주목한다. 전시장 전체에 걸쳐 이수진은 환승과 순환이 교차하는 주변 교통 시스템, 다변하는 주거 풍경, 전통적 공장지대인 주변 지역으로부터 퍼올린 물질성과 이미지들을 고스란히 대입시키고 있다. 이러한 태도는 그가 그동안 관심을 가지고 주목해온 ‘집’ 작업과 궤를 같이 하는데, 그의 기존 집 작업이 공간, 도시, 삶 등으로 이어지면서 순환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수진의 작업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사이의 엇박자를 보이는 현실의 괴리를 보여준다. 정주하지 못하는, 도시 이주민으로 떠돌아야만 하는 근로자들의 현실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 이수진은 바늘, 종이, 비누 등과 같은 물질들을 수백, 수천으로 집적화하여 하나의 독창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반복되는 동일한 모듈(module)들은 생성과 소멸의 순환 구조를 쉼 없이 반복, 재생하는 현대도시 문명과 닮아 있다. 동일한 틀로부터 특정 목적을 위해 대량 생산된 복수의 재료들을 소재로 한 이수진의 작업은 단일한 하나의 풍경을 생성시키고 있다. 이러한 집적에 의한 생성 구조는, 먼지도 두께를 가지듯 차근차근 쌓아가는 현대 도시 근로자들의 소망과 바람, 자라는 꿈을 상징한다. 주재료로 사용한 종이, 바늘, 비누 등과 같은 재료들은 대림동, 구로동 인근의 봉제공장과 가방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도시 여성 근로자들의 미래적 희망과 꿈을 상징한 것으로 보인다. 
도시 공간에 시간성과 지속성을 대입시켜나가는 이수진의 작업은 거대한 부동의 도시 구조 속에 유동적인 시간성을 환기시킨다. 도시 활력에 대한 인정인 동시에 간과해온 수많은 과속 스캔들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 구조물이 아니라, 하나의 살아 숨 쉬는 유기적 공간이다. 이수진의 작업은 집이라는 기초 단위 공간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의 심리적 구조와 형식을 지적해내는 시각적 보고서다. 이수진은 이번 전시에서 전시장을 통으로 사용했다. 벽이 없이 서로 어우러지는 연출이 압권이다. 자칫 사용한 재료로 인해 살벌하고 차갑게 느낄 수도 있으나, 현대 도시의 냉엄하고 살벌한 풍경을 젊은 작가 이수진은 따뜻하고 유연한 풍경, 희망으로 하나되는 삶의 풍경으로 돌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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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기억, 보이지 않는 관계들
이수진
작업의 시작은 사람의 내면과 감성을 표현하기 위한 일상적인 공간과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다. 시간성을 다루기에 영상은 적절한 접근이라 생각하였고 특정 사물이나 물질성을 구체적으로 다루기 위해, 공간을 재현할 수 있는 설치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너무 사소하고 일상적이기 때문에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공간을 드러내고 감성을 서술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점점 구체적인 concept를 ‘집’으로 옮겨졌다. 하드웨어적인 관찰을 담는 것은 물론, 구체적 기억을 보여주는 집의 단면들, 특정 장소 혹은 보이지 않는 꿈의 통찰을 작업에 담았다. 오래되고 낡은 장소가 가진 시간성과 도시라는 울타리 안에 담긴 집의 내밀성은 막연한 사유를 넘어 다양한 모습으로 재해석 될 수 있다. 나는 이러한 풍경을 다양한 물질과 매체를 이용하여 재현하고 있으며 소재가 될 수 있는 기억의 내러티브 (타인의 경험, 개인적 경험, 문학적 모티브, 관찰된 풍경 등)와 마주하기 위해 다양한 경험들을 발견하고 있다.
집은 사람에게 시간을 준다. 소년이 나무위에 지어진 집을 꿈꾸고 소녀가 인형의 집을 가지듯, 자기만의 뜰과 자기만의 방은 사람이 소망을 채울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하며 그 찬찬한 변화와 과정을 조용히 교감한다. 그 안에서 사람을 완성되게 하는 가치를 찾을 수 있으며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은 에너지로 사람과 소통한다. 그것은 한 집에 국한된 비밀스러운 이야기는 아니며, 우리의 주변 곳곳에 존재하는 평범하고 다양한 집의 모습 속에서도 발견된다. 모습과 존재, 정체, 내면은 다양한 시각적 방식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 사람은 자신의 집에서 그 정체와 잠재성을 찾을 수 있다. 사람의 공간 안에 머무는 시간과 습관, 행동, 추억, 기호는 새롭게 관찰되어 하나의 '집의 풍경'을 만든다. 나는 이러한 작업을 통하여 잠재성이라는 모호한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한다. 새로운 시각적 재료를 제시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풍경을 통하여 평범한 일상과 사람의 의미, 사람과 공간의 관계와 의미, 내면을 다지는 시간, 회복, 소망, 쉼, 사색, 소통, 치유 등의 그 내밀한 성찰을 작업을 통하여 느끼게 하고자 한다.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기존에 다루고 있었던 사람의 공간, 집이라는 형상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에 ‘관계‘라는 개념을 포괄하여 구조, 배열, 행동양식 등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손때라고도 생각하며, 시간의 두께만큼 쌓인 먼지와도 같은 느낌으로 해석한다.
‘집’은 실용건축물이다. 그것의 구조와 형식은 사용자에 맞게 언제나 변화할 수 있으며,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고 늙어간다. 그 곳은 개인의 기억, 혹은 사적인 시간과 마주하며, 습관과 규칙, 감정, 이상과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힘을 가진 공간이다. 그곳의 많은 이야기와 흔적들은 다양한 해석을 통하여 새롭게 재생산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억의 공간은 무엇이며, 그 안에서 무엇을 꿈꾸고, 그리워하는가, 그리고 그 안에 무엇을 남기고, 담아두려 하는지, 보다 형상적이고 시각적인 시선으로 이미지를 표현해 보고자 한다.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과 공공의 공간, 관찰된 풍경 혹은 문학 속에 존재하는 공간은 작업의 주제로서 다룰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소로서의 구조와 모습, 외형적인 형태 뿐 아니라 그 공간 안에 사건과 기억세계, 과거의 경험 및 사유를 다루면서 작업을 움직일 수 있게 하는 힘을 얻게 되었다. 나는 작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공간을 찾고, 그 정체를 관찰하며 그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풀어나갔다. 최근까지 작업에서 다루고 있는 ‘집’이라는 문맥 또한 그러한 의미에서 출발한 대상인 것이다. ‘집’이라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은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오래 산 집에 짐이 많듯이 그 곳에는 개개인의 삶과 많은 기억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구조적 형태와 양식, 동선, 습관, 기억, 감정 등의 모든 이미지가 존재한다. 그것은 하나의 공간을 형성하는 특별한 힘으로서 느껴진다. 나는 그러한 모습에 집중하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때로는 사적인 경험으로, 또 다르게는 타자의 기억에 의존하여 재해석하며 다가간다. 그러한 과정에서 확장된 시선은 특정 이미지를 하나의 형상으로 다듬고 존재하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흥미를 가지고 대상화하는 이미지는 그곳에 존재하는 기억과 경험 그 자체라기보다는 새로운 연결과 눈에 보이지 않는 관계들에 있다. 실제로 공간에는 언제나 적어도 두 종류 시간이 연루된다. 그 공간 자체의 등장에 관여하는 미래지향적인 시간과 외부로부터 보존된 그곳만의 시간이 그것이다. 그 사이에서 발생된 공간의 기억은 시간의 내포를 통해, 또는 시간의 종합을 통해 만들어진 ‘서로 다르지만 가능한 세계들’을 이야기한다. 과거뿐 아니라 미래에 관계된 기억, 그 잠재성이 내포하는 시간을 발견하는 것이 작업 앞에 놓여 진 가장 큰 과제이며 목적이다. 잠재성의 집이란 현실적이지 않으면서도 실재하는, 이상적인 가능성이 존재하는 곳이며, 낯설지 않은 과거와 현재의 현실이 만드는, 조금은 고립된 자기만의 시간, 자기만의 장소인 것이다. 그곳은 새로운 생성을 향해 열려있는 공간이며, 아직 결정되지 않은 형태의 이미지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 나는 그러한 이미지의 잠재성을 작업을 통하여 감상자에게 설명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작가소개>

이수진

1980 서울 생

개인전
2010 갤러리 AG, (주)안국약품 선정, 서울
2008 <잠재성의 집 프로젝트; 8각형의 방> 서울여성플라자, 서울특별시 여성가족재단 선정, 서울
주요 기획전 (요약)
2009 <젊은 작가 기획전-통과의례; 소소한 일상의 기록> 수원미술전시관, 수원
      대안공간 E.A.C.T, 성남
2006 <都市遊牧-Good 'Buy Incheon>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인천
2005 문화예술위원회 인사미술공간, 서울
      <서울청년미술제-포트폴리오 2005>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04 대안공간 팀 프리뷰, 서울
2003 <대안공간 project FUSION in LIBRARY> 일곡도서관, 전라남도 광주
공공미술 프로젝트
2006-2007 스페이스 빔, 인천문화재단 지원, 인천
수상, 레지던시
2010 청계창작스튜디오 3기 입주 작가
자료소장
2006- 아카이브 자료 소장, 소마미술관 드로잉센터,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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