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크-넷 Arach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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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94 댓글 0건 조회 89회 작성일 25-04-16 15:30
작가명 김채미, 정민지, 오상아
전시기간 2025-04-19 ~ 2025-05-04
초대일시 2025-04-19
휴관일 월요일
전시장소명 아트 포 랩
전시장주소 14099 경기 안양시 동안구 신기대로33번길 22 지하1층 아트 포 랩
관련링크 https://www.instagram.com/art.for.lab/ 11회 연결
관련링크 https://blog.naver.com/art-for-lab/223835730266 6회 연결

접속하되 감응하지 못하는

글 | 박하은

알고 있지 않은가.

우리 영혼들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마저도 보이지 않는 그물망에 속속들이 저당잡혀 헐거운 좌표 위에 매달리고 걸쳐진 채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그물의 이름은 ‘웹’으로, 줄곧 www로 시작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정보의 집합체도 아닐뿐더러 더 이상 웃기지도 않으며, 이미지와 데이터의 혼종적 결합으로 구성된 실존 투쟁의 장이 되어버렸다.1) ‘이 세계’와 ‘이세카이’는 언제 어디서든 연결되어 있다고 메아리치듯 되뇌어지지만, 그 연결의 실체는 실로 얕고 파편적이며, 정작 누구에게도 감응하지 못한다.2)

《아라크-넷 ArachNet》은 동시대의 기술적 조건 안에서 인간의 실존이 어떻게 재구성되고 있는지를 김채미, 정민지, 오상아 세 작가의 상이한 감각 전략을 통해 탐색하기 위해 짜여진 전시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미지-매체-감각 사이의 균열을 추적하며, 연결 되어 있음에도 감정적·신체적 공명이 발생하지 않는 상태, 곧 ‘감응하지 못하는 접속’의 조건을 시각화한다.

전시는 고전 신화 ‘아라크네’를 오늘날 이미지 생산자·사용자의 위치로 다시 불러낸다. 아라크네는 신의 거짓을 폭로하고 자신의 직조 능력을 시험했으나, 그 대가로 거미가 되었다. 기술과 플랫폼을 지배하는 신들과 경쟁하며 자기 감각을 직조해야 하는 오늘날의 인간 역시, 자신의 서사를 생산하는 동시에 벌을 감수해야 하는 모순적인 존재다.

김채미(b.1993)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연결이 오히려 단절을 야기하는 모순에 주목하며, 고립되고 분절되는 정체성의 감각을 영상 언어로 탐구해왔다. 특히 SNS와 같은 과잉 연결의 구조 속에서, ‘나’는 수십만의 팔로워 속에 묻히고, 정작 ‘나’를 진정으로 아는 이는 사라진다. 그 속에서 작가는 ‘연결되어 있음에도 소통하지 않는’ 동시대의 감각에 집중한다. 그는 정체성을 하나의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발견되고 재구성되는 흐름으로 파악한다. 연결이 많아질수록 ‘진짜 나’를 드러내는 일이 오히려 어려워지는 오늘날, 김채미의 작업은 익명의 연결 구조 속에서 사라져 가는 ‘나’의 흔적을 되짚고, 타인의 시선과 피드백에 의해 재구성되는 자아의 구조를 비춘다.

정민지(b.1995)는 디지털 자수와 QR코드를 매개로, ‘소유 가능한 이미지’의 환상과 감각을 탐구한다. 그는 코드를 ‘짜다’, 오류를 ‘패치하다’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 속 직물적 은유에 주목하며, 십자수와 QR코드를 결합한 작업을 원초적 ‘텍스타일 프로그래밍’의 실천으로 확장한다. 픽셀 기반의 디지털 이미지와 수공예의 물성을 연결하며, 감각의 질서를 지배하는 기술에 균열을 일으킨다. 특히 실과 천을 여성성과 연결짓는 고유한 감각 안에서, 작가는 증조할머니가 남긴 바늘꽂이 속 머리카락이라는 매우 사적이고 유전적인 흔적을 발견한다. 신체에서 분리되었지만 여전히 신체의 일부로 간주되는 머리카락은, 디지털-물질의 전환 지점에서 또 하나의 매개로 기능하며, 작가에게는 모계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자 가부장적 질서에 맞서는 무기가 된다.

오상아(b.1999)는 기술 시스템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감각되고 체화되는지를 자신의 노동 경험과 기억을 통해 짚어나간다. 특히 QR코드를 둘러싼 관찰과 회상은 효율과 관리의 논리가 사람과 사람 사이, 감정과 감각의 속도를 어떻게 조정하고 규정하는지를 드러낸다. 무료 관람인 전시장에서조차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응답할 수 있는 자’와 ‘멈칫하는 자’의 구분, 오류와 불편을 견디며 이뤄지는 감시와 제어,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든 오래된 기술의 유래까지 오상아는 이 모든 장면을 통해 기술적 진보라 일컬어지는 흐름 속에서 점차 누락되고 탈락되는 내면의 감각을 상기시킨다. 바둑판 위 놓이는 돌처럼, 인간의 자리 또한 효율과 응답 속도라는 규칙 안에서 조정되고 있음을 암시하며 작가는 그 무수한 변수들 속 멈칫함과 불안을 사유의 지점으로 삼는다.

이제 아라크네는 더 이상 실패한 창작자가 아니라, 감응하지 않는 세계 속에서도 끈질기게 직조하며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발명하는 실존적 주체로 거듭난다. 전시를 통해 작가들은 단지 기술과 예술의 교차점을 탐색하는 것을 넘어, 그 너머로 밀려난 자들의 시선 - 연결되지 못한 자들, 말 걸지 못한 자들, 기술이라는 이름 아래 자리를 빼앗긴 자들의 목소리 - 를 적극적으로 호출한다. 이미지 너머의 실존, 기술 이면의 감정, 시스템 가장자리의 삶을 드러내는 이 작업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감응 불능 시대’에 다시 감각하고 연결하는 방법을 사유하는 또 다른 그물을 자아내려는 것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 한국 인터넷 용어 ‘ᄏᄏᄏ’에 상응하는 일본의 ‘www’는 마찬가지로 웃음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월드 와이드 웹(www)과 동일하게 표기된다. 단,세 번만 웃을 경우.

2) ‘이세카이(Isekai)’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다른 세계'를 뜻하는 말로, 주로 일본의 만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주로 사용되는 장르이다. 

아라크━넷 ArachNet

참여작가

김채미, 정민지, 오상아

기획

박하은

일시

2025. 4. 19.(토) - 5. 4. (일)

11-6pm / 월요일 휴관

장소

아트 포 랩

경기 안양시 동안구 신기대로 33번길 22, B1


주최 및 주관. 아트 포 랩

2022년을 시작으로 올해로 제4회를 맞이하는 전시 공모 프로그램 <사각지대>는 독립예술공간 아트 포 랩의 '대안적 예술 아카이브' 프로젝트 입니다. 2025년, 아트 포 랩이 새롭게 제안하는 <사각지대>의 공모 주제는 "기술과 인간성의 경계" 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인간의 존재 방식이 기술 발전과 어떻게 충돌하거나 융합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사각지대를 탐구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ⱭɾɑϲհƝҽ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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