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OCI YOUNG CREATIVES 이영욱 개인전《틀의 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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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OCImuseum 댓글 0건 조회 1,351회 작성일 24-05-03 10:34작가명 | 이영욱 Yi Young U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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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기간 | 2024-05-09 ~ 2024-06-15 |
휴관일 | 일, 월 |
전시장소명 | OCI미술관 |
전시장주소 | 03144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45-14 |
관련링크 | http://ocimuseum.org/portfolio-item/이영욱-틀의-변용/ 1106회 연결 |
틀의 변용
진득한 물감이 공기 중에 흩어지더니 이내 캔버스의 표면에 서로 엉킨 채 안착한다. 천천히 스미듯 겹치고 겹치며 더욱 찰싹 달라붙는다.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사실적으로 재현된 이미지는 기존의 형상들을 강조하는 동시에 은폐하면서 돌연변이 혹은 괴물의 모습으로 재생성된다. 층층이 중첩된 잔상은 마치 흔들리듯 부유하는 대상에 대한 불안함과 공허함을 암시한다.
연속되는 프레임 속에 갇혀 꿈틀거리더니, 이내 유동적인 형태로 되살아 난다. 의도적으로 조작된 일련의 덩어리들은 경직된 형식의 틀에서 벗어나 공간을 누비며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렇게 탄생한 이미지는 유기적인 표현을 향한 끊임없는 실험과 탐구의 결과물이다.
이영욱은 ‘반복’이라는 형식의 변용을 통해 익숙함과 생경함이 공존하는 제3의 형태를 창조한다. 실재하는 형상들이 해체되고, 뒤틀리며 불러일으키는 기이한 감각을 통해 인간의 문명 내 고착된 선입견에서 벗어난 낯선 세계를 제시한다.
백소현(OCI미술관 큐레이터)
틀의 변용
이영욱은 평면과 입체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작가로, 그간 몇 차례의 작품 시리즈를 통해 기존의 작업을 변주하며 작업 세계를 발전시켜왔다. 그의 기존의 시리즈가 평면에서 입체로, 다시 입체에서 평면으로 회귀하는 과정 속에서 이전을 통해 발견되는 이면과 변용을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었다면, 개인전 «틀의 변용»에서는 오히려 회화에 집중하여 ‘반복’이라는 행위가 함축하는 회화적 형식의 실험과 그것이 야기할 수 있는 이미지의 감각을 확장해 내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영욱은 평면과 입체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작가로, 그간 몇 차례의 작품 시리즈를 통해 기존의 작업을 변주하며 작업 세계를 발전시켜왔다. 그의 기존의 시리즈가 평면에서 입체로, 다시 입체에서 평면으로 회귀하는 과정 속에서 이전을 통해 발견되는 이면과 변용을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었다면, 개인전 «틀의 변용»에서는 오히려 회화에 집중하여 ‘반복’이라는 행위가 함축하는 회화적 형식의 실험과 그것이 야기할 수 있는 이미지의 감각을 확장해 내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영욱은 형상을 해체하고 다시 재조합, 나열하는 방법론을 통해 ‘반복’이라는 형식이 지금 이 시대에 어떠한 방식으로 유효하게 작동하는지를 질문한다.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회화에는 사실적으로 재현되는 동시에 기괴한 방식으로 분절된 대상의 신체가 중첩되어 펼쳐진다. 여기서 대상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구체적인 묘사를 토대로 진열됨으로써, 일렬로 강조된 이미지를 통해 이를 마주하는 관객으로 하여금 감각적 충동을 야기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미지의 배열이 보여주는 기묘한 구도는 컴퓨터 그래픽 혹은 생성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관객을 시각적 환각으로 인도한다.
작품의 주된 소재로 등장하는 것은 ‘영장류’다. 작가가 그리는 미래에 대한 상상의 메타포로 등장하는 영장류는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과 공통의 조상을 가진 대상이자 인류 과학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해온 역사적 산물이다. 작가에게 영장류의 이미지는 곧 인간의 원본이자 무한한 복제와 재생산을 가능하게 만드는 소재이다. 이는 그에게 있어 인간의 신체를 은유하기 위한 상징적 이미지로써 대변되며, 무한 복제를 암시하는 동시에 회화를 위한 타자로의 재현 대상으로 등장한다.
그의 화폭 안에서 인간을 닮은 영장류의 신체적 특성은 친숙한 대상의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의도적인 반복을 통해 낯섦과 공포를 유발하는 방식으로 위치하고 있다. 중첩된 눈의 형상, 분절된 신체 부위, 파편적 손과 발은 뒤틀린 형상을 통해 다시금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는 얼핏 보기에 일정한 패턴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또는 어떠한 기호를 상징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불완전한 이미지로 귀결되는 구상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형상을 머릿속에서 온전히 재구성하는 일련의 시각 인지 행위를 의도적으로 해체해낸다. 그렇기에 이는 완전하지 않은 신체를 마주함으로 느껴지는 기괴함과 같은 불편한 감정을 촉발하며, 동시에 강박적인 행위가 내포하는 불안 정서를 함축한다. ‘반복’이라는 단순한 행위를 통해 부여된, 완전하지 못한 이미지는 결과적으로 어떠한 대상을 ‘재현’한다는 역사적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를 함축한다.
미술사의 맥락 안에서 ‘반복’이라는 형식을 보다 면밀히 살펴보자면, 대상의 재현과 반복의 경유는 꽤나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서양 미술사에서 1960년대 모더니즘 회화는 공간의 재현을 거부하고 회화라는 매체가 추구할 수 있는 이차원의 근원적 조형요소를 반복하는 형식을 따르고 있었으며, 이에 당대의 추상표현주의는 구체적 형상이나 의미가 담기지 않은 기하학적 반복을 수용하였다. 이후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발로 파생한 개념미술의 레디메이드(Ready-made)의 경향은 문화 이미지에 대한 반복적 표상을 토대로 한 미술 형식을 보여주어,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반복적 사물과 사이 톰블리(Cy Twombly)의 초현실주의 자동기술과 같은 방식이 주된 특징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기하학적 구조를 근간으로 규격화된 단위를 반복하였으며, 한국에서의 단색화는 재현과 형상을 거부하기 위한 제스처로써 행위를 반복하는 것을 형식으로 삼았다.
그러나 이영욱이 자신의 회화성을 위해 구조화하는 반복의 양상은, 사실주의적 재현을 거부한다는 점에서 일부 형식을 계승하나 기하학적 조형요소가 아닌 구체적인 도상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것을 전복한다. 그가 제시하는 도상의 반복은 대상의 특성을 사실적으로 구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대상을 ‘은폐’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가 제시하는 이미지는 대상을 재현함에도 원본의 형태를 파악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대상을 오히려 반복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킨다. 그렇기에 그가 구체화하는 반복의 형식은 제스처의 반복과 같은 자기 지시적 행위를 수반하는 것이 아니며, ‘행위’가 아닌 ‘형식’의 반복이 발화할 수 있는 회화와 재현에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그것이 암시하는 것은 시각적 괴리와 기이함, 인간 근원에 내재한 불안으로 정착한다.
공허하고 무의식적인 반복의 행위는 작가 자신이 느끼는 불안을 내재한 제스처(gesture)를 통해 표현되는데, 이때 제스처는 에어브러시를 활용하여 자신의 신체를 배제한 상태로, 명증하고도 정확한 방식으로 캔버스의 좌표 위에 안착한다. 확실한 궤적을 가진 제스처는 수많은 눈과 분절된 신체라는 사실주의적 반복 강박으로 완성되고, 관객에게 그 시선을 향하고 있으며, 관객에 내재한 불안을 다시금 반추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그 과정에서 일종의 디지털 에러처럼 보이기도 하는 구상은 ‘생성 이미지’의 시대에 도달한 인간의 감각에 대한 이야기를 포괄한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비롯한 이미지 생성 도구는 기술 발전을 토대로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작가 스스로도 스크린 내부에서 이미지를 생성하고 또 생성된 이미지를 다시금 회화적 물성으로 꺼내어오는 일련의 과정을 극복하기 위한 회화성을 실험하는 단계를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전시 «틀의 변용»은 디지털 기술을 배제하고, 오롯이 작가의 구상을 통해 구체화된 형상만으로 완성된 작품으로 구성된다. 제작 과정에서 형상의 해체와 반복, 동세의 형성은 디지털에서 발생하는 글리치(glitch)한 궤적을 연상케하는 형태를 제시함으로써 자기복제적 기제를 은유하고 있다. 이미지의 재현을 넘어 시대가 표방하는 복제적 연쇄 작용은, 이영욱의 작품에 등장하는 영장류의 이미지를 통해서 인류의 현 상태와 미래의 불안 충동을 상기시키는 장치로 기능한다. 그렇기에 여기서의 자기복제는 조작된 사회를 살아가는 실존적 존재의 공허한 행위이자, 끊임없이 쏟아지는 무수한 이미지를 탐색하는 동작에 반발한다.
이영욱이 대변하는 ‘반복’이라는 형식은 이데올로기를 위한 전술로 활용되었던 과거 미술사의 전통을 전복하고, 디지털 이미지의 시대에 컴퓨터 스크린과 기술적 장치가 허용한 복제와 전유의 양상을 모색하기 위한 전략으로 안착한다. 그의 작품 시리즈는 동일한 구상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형태를 통해 시선의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작가가 회화를 통해 형식의 역사를 다시금 서술하기 위해 구체화한 형상의 재현 및 반복, 그 과정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도상을 서술하고자 하는 태도와 시선의 방향은, 관객에게 그리고 현시대의 인간이 목도하게 될 미래와 불안을 향해 구체화되고 있다.
문현정 (독립 큐레이터)
작가 약력
학력
2023 홍익대학교 회화과 박사 수료
2020 홍익대학교 회화과 석사 졸업
2018 단국대학교 서양화과 학사 졸업
주요 개인전
2024 틀의 변용, OCI미술관, 서울
2023 리모컨이 작동하지 않자 드론은 바닥으로 내리 꽂혔다,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서울
2022 받침점 위에 얹어진 피부, 에브리아트, 서울
배척된 이미지가 토해낸 파편, 룬트갤러리, 서울
2021 181cm, 83kg, XS, 라흰갤러리, 서울
주요단체전
2024 The Vanishing Horizon, WWNN, 서울
황홀한 증식, 갤러리 지우헌, 서울
2023 또 다른 물성,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서울
2022 을지 웨이브, 에브리아트, 서울
2021 녹색불이 켜졌습니다. 건너가도 좋습니다!, 대림창고갤러리, 서울
2018 KNOCK, 대안공간 눈, 수원
수상 및 선정
2023 2024 OCI YOUNG CREATIVES 선정, OCI미술관
2022 2023 ARTIST PROLOGUE 선정,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연락
yiyounguk@naver.com (메일)
@yiyounguk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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